최근, 길 예르모 델 토로의 다른 영화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이 개봉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듯한 영화.
'오퍼나지'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예고편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포스터의 느낌이 판의 미로와 상당히 비슷하더라..
100만명 이상이 희생되었던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 판의 미로. 스페인 내전은 1936~1939년까지 전쟁기간이 3년이라는 점, 한 나라내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과 흡사하다. 한국전쟁은 외세에 의해 타의적으로 일어난 전쟁인 반면, 스페인 내전은 왕정을 무너뜨리고 민주 공화정을 세우려는 농민들의 시민 혁명적 성격이라는 점을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성격은 굳이 따지자면 한국전쟁보다는 광주민주화운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1936년 초 스페인은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수립된지 얼마 안된 상태였다. 우익, 중도, 인민전선이 총선을 치른 결과 인민전선이 승리해 오랜 시간 억압당한 노동자와 농민이 지주의 토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전쟁은 이에 반발한 기득권층(스페인 영토의 1/3을 차지한 가톨릭교회, 군부세력, 보수적인 국민 일부)과 그들 간의 싸움이었다. 처음에는 파시스트인 프란시크코 프랑코가 이끈 모로코 쿠데타로 시작해서 내전으로 번지게 되었는데, 결국 프랑코의 반란군 승리로 끝이 났다. 화국정부군은 소비에트 연방과 멕시코의 지원을 받았고, 기타, '민주공화국 스페인'을 살려주겠다며 전 세계에서 달려온 의용병들로 구성된 국제여단의 도움을 받았다. 반란군 진영(속칭 국민군, 민족진영, 국민파, 민족파 등으로 불림)은 당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정권과 나치 독일정권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중립을 표방했지만, 공화군 측에는 비행기를, 프랑코 측에는 가솔린을 팔았다.
작가 앙드레 말로는 "정의가 패배할 수 있음을, 폭력이 정신을 꺾을 수 있음을, 용기가 보답 받지 못 할 수 있음을 스페인 내전에서 배웠다."고 말했으며,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으로,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서의 학살을 그린 피카소의 '게르니카', 미국인이었지만 전쟁에 참전했던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이 유명하다.
판의 미로는 스페인 내란 직후의 혼란스러운 1940년대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고 있다.
전쟁은 프랑코 정권이 승리했지만, 아직 국민군 게릴라들이 산속에 남아서 힘겨운 투쟁을 하는 가운데, 주인공 어린이 오필리아는 지극히 어린 아이다운 시각으로 어른들을 바라본다. 전쟁으로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의 세상에서는 엄마, 동생, 장난감, 먹을 것이 가장 중요한 생존의 끈이다. 히틀러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새아버지는 오필리아의 가장 큰 적이다. 살아남기 위해 오필리아는 꿈을 꾸고 그 꿈 속에서 조력자와 열쇠를 얻는다. 오필리아의 현실은 꿈과 묘하게 이어지지만, 용기를 내면 열쇠를 얻을 수 있는 꿈과는 달리 현실은 오필리아의 소중한 것들을 앗아만 간다. 막다른 곳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과연 희생할 수 있을까.
애가 이뻐 그런가, 정말 눈물 한바가지 쏟았다. 이런 영화에 해피엔딩이란 것은 좀 억지스러울 수 있겠지만 정말 이 애는 행복했음했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하서는 말해 뭐하겠냐만, 특히 전쟁중의 어린 아이들은 정말 너무 안됐다. 이들의 여리고 자유분방한 정신세계는 영문도 알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인정사정없이 공격받아서 도저히 회복 불가능하게 되어버린다. 물론 그 상처는 이 아이의 평생동안의 의식과 무의식을 구속한다. 이 영화는 그 공격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한 소녀의 방어기재를 동화적 환타지와 결합해 그린 특이한 전쟁고발 영화였다
내 입장에서는 강력추천이지만, 이 영화는 명백히 성인용 영화이다. 광고와 포스터만 보고 아이들용 괴기환타지인줄 알고 애들 데려간 사람들에게는 조의를 표한다. 환타지적 요소가 대칭적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사실 전쟁영화쪽에 가까워 기존 환타지물과는 상당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을 보통 판타지와 똑같이 해버려서 생긴 비극이라 하겠다. 이런 일로 인해....볼 사람은 안보고, 안봐도 될 사람들은 보고... 에휴. (지구를 지켜라랑 정말 경우가 똑같네. 얘기하고 보니..)
그나저나 재미있게도,
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식탐'에 대한 시험과 경고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ㅁ; (충격과 공포)
(이 영화가 황금 종려상 후보로 올랐던 2006년은 스페인 내전 70주년인 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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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인터뷰를 덧붙입니다.
“영화의 판타지는 현실과 대면하기 위한 것”
-<판의 미로>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보기 드문 판타지영화다. 어떻게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는가.
=이 영화는 처음부터 <악마의 등뼈>의 일부였다. <헬보이>를 마치고 나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했기 때문에 복잡한 작업이 되었다. 다행히 <판의 미로>는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크로노스> <악마의 등뼈>는 장르영화에 가까웠지만 <판의 미로>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장르가 뒤섞여 있고, 호러와 요정 이야기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판타지영화가 좀더 존중받는 영화들의 반대편에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영화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들은 판타지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다. F. 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와 장 콕토의 <미녀와 야수>, 마리오 바바의 <악마의 가면>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들이다.
-이 영화는 <악마의 등뼈>처럼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삼았다. 당신이 스페인 내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모국인 멕시코는 스페인 내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나처럼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아이들 중에는 스페인 내전 이후 멕시코로 망명해온 가족의 아이들이 많았고, 내게 아버지와도 같았던 이도 스페인의 망명자였다. 스페인 내전은 1930년대에 일어났지만,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많은 가정이 아버지와 아들을 잃었고, 형제가 형제를 살해했다. 스페인 내전은 잔인한 방식으로 가족을 파괴했던 것이다.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는데.
=나는 전쟁과 그 색채, 전쟁이 주는 불안을 매우 싫어한다. 하지만 고야의 그림에 담겨 있는 색과 열정은 내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그림을 되살리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창백한 남자’와 그의 방에 있는 그림을 보면 고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고야가 아들에게 바친 벽화 <새턴>에서 영향을 받았다.
-<판의 미로>는 세트와 소품 등을 모두 창조해야 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다.
=내가 대략적으로 스케치한 이미지를 실제로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12주밖에 없었기 때문에 밤낮으로 일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찍으며 일주일에 3kg씩 빠졌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작년까지는 사람들이 나를 마이클 무어나 피터 잭슨으로 착각하곤 했으니까. (웃음) 아마도 관객은 <판의 미로>를 보며 제작비가 3천만, 4천만달러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비는 그 1/3에 불과하다.
-오펠리아는 <악마의 등뼈>의 아이들처럼 잔인한 세계와 맞서 싸운다. 그 아이에 관한 당신의 느낌을 듣고 싶다.
=<판의 미로>에서 가장 용감한 인물은 오펠리아다.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용감해야만 한다. 어른들은 언제나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펠리아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세계와 대면하기 위해 판타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글: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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